[윤장현] 새로운 해방을 다짐하며(2012.08.13)

by idryoon posted Mar 14, 2014

2012-08-13 오후 1:48:18 게재

 

 

윤장현(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매일 진료실에 묶여 있는 처지라 휴가는 못 떠나고 주말 오후에 가까운 산자락 계곡을 찾았더니 폭염을 피해 많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일상에서의 탈출은 해외여행은 못 떠났더라도 신분과 재산 정도를 떠나 소중한 가족과 함께 서로를 귀히 여기고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이래서 해방감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가보다. 풍족해도 여유를 갖지 못할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면 소유의 한계에서 벗어나 향유하고 살아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수십년만의 폭염이라 해도 절기는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듯 말복과 입추가 지나니 바람끝이 며칠 전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후면 8·15 광복절이다.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이 다가온다.

 

한 개인의 가벼운 일탈 뒤의 해방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한민족의 감격의 날이다. 이런 광복절이건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력에 붉은글씨 공휴일로 묻혀진다.

 

물론 또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하실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8·15경축사가 신문 1면과 TV뉴스 첫 머리를 장식하고 통과의례를 거칠 것이다.

 

해방은 속박이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다. 해방이 중요한 것은 과거의 암울한 역사에서 풀려나는 것일 뿐 아니라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은 국민 개개인에게 여러 모습으로 펼쳐진다. 역사적인 광복절을 앞두고 그날의 그 의미를 새겨볼 일이다.

 

광복절은 무엇보다도 식민통치를 받았던 외세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자주독립인 것이다. 국권을 되찾은 날이자 태극기를 달고 런던 올림픽에서 한민족의 단단한 기개를 온 세계에 떨치고 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족은 갈라져 정전상태로 극한 대립하고 있으며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의 열강들은 새로운 국제적 역학관계에서 격돌하고 있다. 능동적인 자주역량의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절대빈곤 해방'은 국가의 몫

 

식민통치와 군부독재 같은 권위체제로부터의 억압에서 해방된 나라임이 분명하지만 이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국민이 주인되는 진정한 해방의 나라 민주공화국으로 세워가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법과 제도로써 다스림의 대상인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나라가 될 때 진정한 해방국민이 되는 것이다. 신분의 차별과 무지로부터의 해방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양반과 상민이라는 계급이 해체되고 남존여비 세상에서 양성평등을 향해 발전되고 있다지만 진정한 평등의 세상이라 할 수는 없다.

 

문맹에서 벗어나 글자를 해독하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정보의 독점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여론 조작이 민심을 왜곡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이 시대를 '불통의 시대'로 정의한다.

 

아울러 교육의 기회균등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지위와 부의 대물림으로 인해 대다수 젊은이들이 진학에서 취업까지 보이지 않는 제한을 받는다. 결국 미래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절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몫이다. 일할 수 있는 자에게 노동의 기회가 주어지고 노동의 신성이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최소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보편적이고 어려운 곳을 더 살피는 효율적인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방은 경직된 상황이나 획일적 사회에서 유연성 있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동체 사회를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우리는 대동세상으로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하니 해방은 당연히 평등세상임을 확인하는 것이고, 인간의 존엄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강자든 약자든, 있는 자든 부족한 자든 서로가 억울함이 덜한 세상을 향해 함께 출발할 수 있는 가치가 해방이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들어가자

 

남을 억압하지 않고 억압받고 있는 상태를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그들에게도 인간의 존엄을 찾아주는 행위이어야 한다.

 

반세기 전 우리 민족은 분노와 저항으로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났다. 이제 평등의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는 분노보다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분노의 세월 속에서 함께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일이 전정한 해방 아니겠는가?

 

대통령의 경축사를 받들어 모신다고 해방의 길이 열릴 수 없다. 우리들 스스로가 존엄한 인간,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써 새로운 해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광복절은 새로운 해방을 다짐하는 민족의 용광로가 될 것이다.

 

 

내일신문

바로가기 : http://www.naeil.com/News/economy/ViewNews.asp?sid=E&tid=8&nnum=67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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